아픔의 전이
상처를 받은 만큼 다시 그만큼의 상처를 돌려주려하는 시도만큼 가치없는 일은 없는 듯 싶다. 아마도 자신이 받고 있는 상처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되돌려주는 행동에는 분명 상대도 그 고통에 동참하여야만 한다는 본능적 복수심이 근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분명 그 아픔의 주고 받음의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 그 행위 자체가 어리석음을 차치하더라도, 내가 행하고 있는 일련의 행동들에 대한 후회와 나 자신으로부터 나 자신에게 쏟아지는 야유, 비난, 그리고 실망감들에 더 참을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은 아마도 나이를 먹으면서 더불어 공존하게 되는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부여잡고 있는 끈을 놓아 버리면서, 아픔의 전이 또한 조금씩 수그러질 것임에는 분명하나, 책임지기조차 버거운 행동들을 지금 당장 집어치울 수는 없을 듯 싶다.
나에게 깊은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동일한 상처를 되돌려 주는 그 순간, 나는 그 사람들이 받을 고통에 대한 희열보다는 연이어 나에게 다시 돌아올 행동에 대한 후회가 결국 더욱 크다는 것을 자주 잊는다. 비록 그 고통조차 알지 못하는 무감각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