Русский

하루종일 러시아 알파벳과 씨름을 했다. 일단 생긴 것도 영어와는 다를 뿐더러, 모양이 같더라도 (비슷하다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하다), 발음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알파벳을 숙지하는 데도 여러 날을 소비해야 할 듯하다. 두어시간을 그리다 보니 이제 책에 나온 글자와 사뭇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러시아 학생들이 이쁘게 써내려갔던 글자들을 흉내내려면 아마도 몇주는 열심히 그려야 할 듯하다. 발음도 워낙 한국어와 영어에 없는 발음들이 많아서 Marina Galyuk과 Maria Maslyukova가 기꺼이 녹음해준 테이프를 따라하면서, 공부를 했지만 역시 발음도 그다지 만만치는 않다.

러시아어를 빈 종이에 빼곡히 써내려가다, 문득 중학교 1학년 영어시간이 떠올랐다. 그때만해도 지금과는 다르게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영어를 공부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물론 시골이라서 더욱 그랬을테지만… 요즘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아이들이 알파벳을 읽어 내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걸 좋아라 따라하는 아이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수년후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영어를 싫어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대학원과정중, Phonics를 심하게 공격하는 교수님이 있었다. 학자들 주장이야 들을 땐 그럴 듯하고, 수긍이 가지만, 실제 교육현장에 가면, 교육계를 통채로 흔들어 놓지 않는 이상 그러한 주장들은 단지 이론에 불과하다. 그분에 따르면, 비평적 혹은 비판적으로 영어교육을 해야한다는 주장인데, 알파벳도 모르고 영어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비평적이니 비판적이니 하는 이야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 밖에 들릴 수 없다. 지금 나에게 러시아어를 비평적 혹은 비판적으로 학습하고 교육해야한다고 아무리 떠들어대도, 글자하나 읽는데도 몇분이 걸리는 나에게 비평과 비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비평적, 비판적 영어교육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낡고 쓸모없는 methodology라고 해도, 분명 수업중에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끝으로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자신의 교육철학과 다르다고 해서 자신의 것 이외의 모든 것을 배척하고 증오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 진정한 비평적, 비판적 교육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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