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Everyday Matters' Category


They Are Back! 0

Lena와 Kate가 마침내 돌아왔다.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 하루라도 더 머무르기를 바랐던 그들이 결국 돌아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하바로프스크에 도착하는 마지막 날까지 나를 가슴졸이게 했던 나의 첫 러시아 학생들이 어제 서울에 도착했다. 클럽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담배를 피우고, 가끔씩 지나칠 정도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 피어싱을 하고 캠퍼스를 누비고 다녔던 … 그들이 마침내 나에게 두달동안 서울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화가 왔다.

그 아이들이 자유분방한 건 생활방식의 차이나 문화의 차이가 분명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보다 더 난잡한 생활을 하는 한국의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을 문제아나 골칫거리로 낙인찍었던 몇몇 분들의 태도가 사실 나를 더 가슴졸이게 하고 불편하게 했다. 20대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시절을 이미 지나쳐온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나 혹은 위협으로 느껴지는 건 당연할는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에 대한 지나친 기우(杞憂)는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여지마저 박탈해 버리고, 결국 두 세대간의 의사소통의 단절에 다다르게 한다. 물론 젊은세대에게도 분명 잘못은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태도의 변화를 우리가 먼저 선도해 나가는 것이 20대를 지나온 세대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역시 Liya는 돌아오지 않았다. Lena와 Kate의 이번 서울생활이 지난번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Lena, Kate, Liya! Я Вас Люблю!

Mimi, Tyty, and Lily 0

베트남어만큼 어려운 언어도 없을 듯 싶다. 몇명 안되는 학생들 이름을 아직도 외우기는 커녕 읽어 내지도 못한다. 지난 금요일 베트남 학생들의 현금카드가 은행에서 배달되어 왔는데도, 중국학생의 것으로 착각한 걸 보면, 내가 좀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러시아 학생들의 이름은 좀 외워볼려고 노력은 했는데, 이건 발음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씩 읽어 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여학생들이 자신들의 이름대신에 미미, 띠띠, 릴리로 불려지기를 원하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태풍” “눈높이” 등으로 자신들의 이름이 이상하게 불리워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미미, 띠띠, 릴리 등으로 발음하기 쉽고 외우기 쉬운 이름으로 정확하게 불리워지기를 바라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워낙 미미, 띠띠, 릴리라는 이름들이 주는 이미지(순정만화나 무슨 Cartoon에나 나올 듯한)가 강해서, 처음에는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부르기 쉬운 이름 덕분에 세명의 여학생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미미, 릴리와 함께 출입국 사무소에 간다. 그리고 띠띠는 목요일부터 함께 일할 것이다.

thirteen years later … 0

벌써 십삼년이 흘렀다. 오늘로 정확히 십삼년 전 이 시간엔 불안함과 약간의 공포감으로 훈련소 내무반 침상 모포 속에서 다음날부터 시작될 고된 훈련을 상상하며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26개월 꽉 채우고 제대한 현역들에게야 우습게 들릴지 모르나,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알수 없는 두려움의 크기는 그 당시에는 현역이던 단기사병(방위)던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복무를 마친 지금 생각하면, 현역병의 군생활의 고단함을 어찌 단기사병의 그것에 비교하겠냐는 생각이 들지만…

(나름대로) 지겹기도 하고, 18개월 내내 긴장속에 지냈던 그 시절이 그래도 조금이나마 그리운 이유는 사회가 주는 압박감과 고통스러움이 나에게 거의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집해제되기 며칠전부터 느꼈던 (내가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압박감과 불안함은 그 어느때보다도 가장 컸던 것 같다. 어쩌면 큰 어려움없이 채바퀴같은 군생활을 해서 더욱 그런지 모른다.

십삼년이 지난 지금, 가끔씩 내가 군생활을 다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침에 출근해서 매일 비슷한 업무에 시달리고, 오후에 퇴근하고… 갑자기 내 위치에 위기감이 닥칠때, 소집해제 직전의 공포가 다시 엄습해 올 것이 분명하다. 피곤하다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이런 생각은 나를 더욱 피곤케 한다), 시작한 일에 대해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setup again 0

언제부턴가 컴퓨터가 부팅을 할때마다 말썽을 일으키더니, 결국 오늘 system 파일이 없다면서 부팅을 완전히 거부하였다. 방안의 CD를 모조리 뒤져서 윈도우 설치 CD를 찾아내서 복구한 후, K의 도움으로 결국 윈도우를 다시 살려냈다. 2시간에 걸쳐 backup을 해놓고 윈도우를 다시 설치했다. 깨끗이 밀어버렸으니까, 별 문제 없을거다.

이제 푹 잠이나 자야겠다.

Русский 0

하루종일 러시아 알파벳과 씨름을 했다. 일단 생긴 것도 영어와는 다를 뿐더러, 모양이 같더라도 (비슷하다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하다), 발음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알파벳을 숙지하는 데도 여러 날을 소비해야 할 듯하다. 두어시간을 그리다 보니 이제 책에 나온 글자와 사뭇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러시아 학생들이 이쁘게 써내려갔던 글자들을 흉내내려면 아마도 몇주는 열심히 그려야 할 듯하다. 발음도 워낙 한국어와 영어에 없는 발음들이 많아서 Marina Galyuk과 Maria Maslyukova가 기꺼이 녹음해준 테이프를 따라하면서, 공부를 했지만 역시 발음도 그다지 만만치는 않다.

러시아어를 빈 종이에 빼곡히 써내려가다, 문득 중학교 1학년 영어시간이 떠올랐다. 그때만해도 지금과는 다르게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영어를 공부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물론 시골이라서 더욱 그랬을테지만… 요즘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아이들이 알파벳을 읽어 내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걸 좋아라 따라하는 아이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수년후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영어를 싫어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대학원과정중, Phonics를 심하게 공격하는 교수님이 있었다. 학자들 주장이야 들을 땐 그럴 듯하고, 수긍이 가지만, 실제 교육현장에 가면, 교육계를 통채로 흔들어 놓지 않는 이상 그러한 주장들은 단지 이론에 불과하다. 그분에 따르면, 비평적 혹은 비판적으로 영어교육을 해야한다는 주장인데, 알파벳도 모르고 영어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비평적이니 비판적이니 하는 이야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 밖에 들릴 수 없다. 지금 나에게 러시아어를 비평적 혹은 비판적으로 학습하고 교육해야한다고 아무리 떠들어대도, 글자하나 읽는데도 몇분이 걸리는 나에게 비평과 비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비평적, 비판적 영어교육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낡고 쓸모없는 methodology라고 해도, 분명 수업중에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끝으로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자신의 교육철학과 다르다고 해서 자신의 것 이외의 모든 것을 배척하고 증오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 진정한 비평적, 비판적 교육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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