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title 0
정장을 입고 다닌지 다섯달이 다 되어가고 있건만, 아직까지도 이 복장의 불편함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동전들, 지폐 몇장, 핸드폰, 열쇠꾸러미, 그리고 때때로 라이터와 담배가 바지 주머니 속에서 안착을 못하고 힘겹게 주머니 안에 쳐 박혀서 어쩔 줄 모른다. 터질 것만 같은 지갑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지도 못한 채, 이동할 때마다 들고 다녀야 할 지경이다. 급기야 오늘 밤, 나도 모르는 새에, 자동차 열쇠가 주머니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주차 후 이동 경로(주차장 - 건물안 5층 - 건물밖 식당 - 건물앞 가게 - 건물안 5층 - 건물안 7층)를 E와 함께 30분 이상 헤매고 다녔지만, 결국 실패했다. 후레쉬를 빌리고, 이미 잠겨져 버린 건물과 식당, 건물 앞 조그만 가게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엇다. 아마도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후, 누군가의 발길에 의해서 도로 구석으로 다시 한번 걷어 차였나보다. 결국 K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온 후, 복제한 열쇠를 가지고 다시 K와 함께 자동차가 주차된 건물로 돌아가서,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엄청난 수고를 했다. 다음부터는 열쇠들을 모두 묶어서 하나의 커다란 꾸러미로 들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역시 열쇠 꾸러미를 통채로 잃어버리면 어떻하냐는 쓸데없는 기우(杞憂)때문에 내일 또 다시 열쇠들은 주머니 안에서 따로따로 굴러다닐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