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2005

내 앞에 사람이 있다 0

잘못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였거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잘못은 보이질 않고 오로지 사람만이 보이기 때문인 듯하다.

irreversible Ⅱ 0

보드카를 반병넘게 해치우고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건, B와 한시간즈음을 대화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제대로 열 받았었기 때문일거다.

그 시절이 그립다. 아마도 되돌아 갈수가 없어서 더 그리울꺼야…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인가봐… 그 속도에 맞출 수가 없어.

인연 0

내가 싫은 건 너가 아니라 바로 나야. 서로 모르는 사람이 만난다는게 인연이고, 그 인연은 결국 어려울 때 서로를 연결해 주는 작은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법인데… 아마도 너와 나 사이엔 그런 것이 처음부터 없었는가 보다. 공허한 만남에서 무슨 인연을 찾고, 우정따위를 논할 수 있을까?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 우울한 어제였다.

used-up 0

연료를 다 소비해버리면 어떻게 될는지, 혹은 연료보충 불이 들어오고 얼마나 차가 더 나갈수 있을지 가끔씩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이 오늘 확실하게 풀렸다. 결국 휘발유가 바닥나면서, 차의 힘이 갑자기 빠져버리고 부르르 떨더니 지하통로 오르막길에서 그냥 서 버린다. 어쩔줄 몰라 한참을 난감해 하다가, 시동을 다시 걸고 지하통로를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처음엔 열쇠를 차에 두고 내리더니, 서너주 전엔 불을 켜둔 채로 내려서 배터리를 방전시켰고, 오늘은 결국 연료부족으로 서비스를 불렀다. 세달 동안 벌써 세번째다. 정신차리자!

가리워진 길 Ⅱ 0

Lena가 지난 5월에 주었던 보드카를 비워버리고, 냉장고에 빈병을 집어 넣어버렸다. 한 모금 마셨지만 취기가 올라오지 않아 남은 보드카를 다 비워 버렸다. 몸에 강한 열기가 스며든다. 스피커에선 연신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 흘러 나오고, 마음은 더욱 깊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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